아니라 6명의 여왕 뮤지컬 [리뷰] 헨리 8세의 아내가

 201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초연 이후 웨스트엔드에 진출하여 영국과 미국 투어를 돌아보고 브로드웨이 공연을 확정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 “Six”를 관람하였다. 한국 라이선스 공연 소식이 들려온 작품 중 하나여서 내용과 형식이 궁금했다.헨리 8세가 몇 번이나 결혼했는가?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에서 제르샤가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자신은 모르는 것을 나열하며 부르는 넘버 내가 몰랐던 것 중 가사이다. 여섯 번이나 결혼했고, 헨리 8세는 그 과정에서 영국의 종교 개혁이 이루어진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 죽은 형의 부인이었던 아라곤의 캐서린과 결혼했으나,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가톨릭 교회에서 분리되어 결혼을 취소했으며, 앤 불린이 후계자를 낳지 못하자 여러 죄목으로 처형한 뒤 제인 시모어와 결혼한다. 아들을 낳았지만 곧 죽자 몇 년 뒤 클리브의 앤과 결혼한다. 초상화와 다른 외모에 처음부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왕은 다시 결혼을 취소하고 캐서린 하워드와 결혼하지만 불륜을 이유로 처형한다. 마지막으로 캐서린 파와 결혼생활 중 사망해 모두 6명의 부인이 있다. 영국에서는 이들 6명의 아내와의 결혼, 그리고 이들이 각자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이유를 동요시켜 노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6명의 여인들도 헨리 8세의 n번째 부인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은 헨리 8세에 대해 결혼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뮤지컬 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6명의 부인들이 밴드를 만들어 리드보컬이 되기 위해 어떤 여왕이 1위를 할 것인지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그들은 각 인생의 불행을 순서대로 한 곡씩 부른다.

이들의 노래는 대개 헨리 8세가 그들을 다루는 방식이 얼마나 잘못됐고, 자신들의 잘못도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은 슬퍼하며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화를 내고 예전에 하지 못했던 솔직한 말을 내뱉는다. 클리브 앤은 헨리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왕비로서 부와 권력을 누리며 살 수 있어 좋았다고 노래하고, 캐서린 하워드는 헨리 8세만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자신을 사랑한다. 말하는 모든 남자에 대해 말하면서 그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흥겨운 노래에 흥이 나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각각의 캐릭터는 리하나, 니키 미나즈, 아리아나 그란데, 샤킬라 등 여성 팝가수들이 모티브인 데다 솔로곡들은 중독성 있는 후렴구에서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 여기에 콘서트형 연출로 라이브밴드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콘서트와 조명과 춤, 코러스가 어우러져 앉아서 공연을 보기보다 일어서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때문인지 실제로 관객이 함께 노래하며 즐길 수 있는 싱어롱(sing along) 회차도 있다.

다만 이런 이른바 불행 배틀을 보면 조금 불편하기도 한다. 누구의 생활이 가장 슬프고 불행했는지 서로 다투는 그들의 모습은 결국 가부장적 질서에 속하는 ‘강한 누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들은 자신의 결혼생활로 정의되면서 각자의 주체적 성격이나 특징이 아니라 결혼생활에서 대결하는 모습에 과연 통쾌함을 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좋을지 고민하는 순간, 마지막 차례인 캐서린 퍼가 이 문제를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건 우리의 공연이니, 우리의 삶을 우리 마음대로 다시 쓰자고 노래한다. 앤 불린은 셰익스피어와 함께 글을 쓰고, 제인 시모어는 가족을 행복하게 키워 가족 밴드를 만든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내가 쓰는 내 이야기인데 어떻게 쓰든 내 마음이다라는 당당한 태도가 그들을 진정 주체적인 인물로 만들어 준다. 그리하여 그들은 서로 불행하여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여섯 명의 여자가 모여서 만든 식스라는 밴드로서의 ‘우리’를 말하고 끝을 맺는다.

남성과 결혼생활 아래 정의되던 여성들이 이런 처지에 분노하다 보니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갖게 되는 뮤지컬 를 보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진다. 특히 라이브 4인조 밴드도 여성으로 구성돼 Ladies-in-Waiting(시녀, 노비나 하인이 아니라 귀부인의 수행원과 같은 사람으로 대개 권위 있는 집안 출신이다)이라고 부른다. 무대에는 10명의 여성만이 있는 셈이다. 최근 성평등 공연이 많아진 한국 공연계에서도 이처럼 무대 위에 여성들만 있는 공연은 드물기 때문에 한국 라이선스 공연에서는 이 공연이 어떻게 번역되어 무대 위에 표현될지가 더욱 기대된다.에디터 김희진

* 사진 출처 : Six 공식 홈페이지 © 2020 All Rights Reserved Six the Musical